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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모아보기

권재현 : 미디어 컨트롤

2024 해움·새들 입주작가 프로젝트


권재현

Kwon Jaehyun

 

미디어 컨트롤

Media Control

 

2024. 10. 8. - 10. 18.


해움 전시공간

11:00 - 17:00, 월요일 휴관



권재현 작가는 조각 매체를 빌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관찰하고 표현한다. 작업에는 예술가로서 겪는 좌절과 무력감 따위의 개인적 차원의 고백도 있는가 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속화되는 계급화, 인공지능의 부상에 따른 인간 소외와 급증하는 전력 부족난 등의 사회적 문제도 중심이 된다. 요컨대 일상에서 마주하는 걱정거리가 권재현의 작업의 동기이자 원천인데, 다루는 이슈가 광범위하여 소재를 무분별하게 나열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발표한 작업을 톺아보면 관통하는 주제가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해움·새들 2기 입주작가 소개 인터뷰를 통해 평소의 ‘망상’이 걱정이 되고, 이것이 곧 작업으로 발전된다고 했다. 우리는 여기서 이 망상이 도처에 있는 사회의 병리현상을 곁에 담아두었다가 곱씹고 증폭시키는 작가적 습관, 즉 일종의 직업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술에 있어 어느 정도의 망상은 필요하기 마련이지만, 권재현은 본인의 망상이 비대해지는 것마저 경계하고, 이 원인이 미디어의 홍수의 시대에서 비롯되었다고 성찰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그가 꾸준히 고발하는 자본주의하의 여러 사회 문제에 이어, 전시 《미디어 컨트롤》은 미디어를 둘러싼 사회 문제에 경각심을 일으킨다.

작가는 과도한 상업화가 언론의 감시, 비판 역할을 축소시키고 정보 편향과 왜곡을 가속화하는 실태를 조형적으로 반추하고자 3D프린터로 인간 형상을 출력했다. 온라인 뉴스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단어들이 각 조각상에 서로 다른 프로그래밍을 거쳐 송출된다. <익명의 감각>(2024)은 권재현이 2013년부터 발표한 <모던 차일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정체성을 상실하고 껍데기만 남은 현대인을 상징한다. 2022년을 기준으로 온라인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 35조원 수준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눈앞의 일시적인 혐오와 분쟁을 넘어서 미래 세대에 끼치는 악영향을 담담히 고발하듯 아이의 형상으로 전시장에 놓였다. 녹화된 온라인 스크린 영상이 조각난 채로 옷의 전광판에 띄워지고, 두상 속 조명은 각 단어가 지닌 긍·부정 지수에 따라 10단계의 서로 다른 색으로 변화한다. 이는 온라인 기사나 댓글의 단어로부터 즉각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객관적인 판단력을 잃는 익명의 미디어 사용자를 떠올리게 한다. <쌍둥이>(2024)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의 자율성에 대한 작가의 의구심을 드러낸다. 아이 조각이 수용자의 감정 변화를 직관적으로 드러냈다면, 대칭의 인물 조각 <쌍둥이>는 이성적, 비판적, 균형적 사고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미디어의 정치성을 비유한다.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두 진영의 언론사 기사 제목들이 인물들의 어깨띠에 각각 라이브로 스트리밍되는 작품으로, 오늘날 양극화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언론에서도 편향되어 다뤄지는 현상, 나아가 언론사들이 ‘공격 저널리즘(attack journalism)’을 앞세워 폭로를 일삼는 현실을 전시장에 흐르게 하는 작품이다. 마주해있는 두 조각상은 소셜미디어로 습득하는 정보량이 비대해지는 시대에서 알고리즘이 각 신념의 고립을 증폭시키는 것을 상징하고, 얼굴이 거세된 두 인물은 언론의 양극화로 인한 사회 분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바타>(2024)속 인물은 LED 디스플레이 형상에 빗대어 SNS를 중심으로 펼쳐진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를 부조로 표현한 작품이다. 표현의 자유는 확장 되어가지만 역설적으로 더욱 획일화되는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매스미디어의 또 다른 성질을 가시화한다.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권재현은 이번에도 우리가 숨쉬듯 접하는 스크린 속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세상으로 조각해냈다. 전시 《미디어 컨트롤》은 개인의 감정과 판단, 나아가 욕망마저 지배하는 오늘날의 미디어를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 잠시 돌아볼 계기를 제공한다.


글: 김유빈(고양시 문화예술과 큐레이터)

 


2024 HAEUM SAEDEUL Artist Project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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