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해움·새들 입주작가 프로젝트
최희정
Choi Heejung
우리의 코러스
Our Chorus
2024. 8. 6. - 8. 18.
해움 전시공간
11:00 - 17:00, 월요일 휴관
최희정은 소외되는 것과 주류가 되지 못한 것, 그리고 주류였다가 외면당하는 대상들에 끈질긴 관심을 둔다. 일상 속에서도 수없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적 논리에 따라 다른 누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어느 것이 유행을 하면 누군가는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 달려들고, 결국 그 대상은 또 유행의 뒷편으로 밀려나는 경우를 우리는 끊임없이 목도한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이렇게 성장과 부, 권력에 조명하고 개인의 우울과 갈등, 불평등, 사회의 부조리는 ‘그림자’의 영역에 고립시키는 현상을 가속화했다.
최희정은 인간으로서 외면하기 힘든 ‘그림자’의 영역을 시각예술가로서 적극적으로 소환하여 그것에 몸집과 의미를 부여해준다. 2019년부터 틈틈히 변주하며 발표된 작품, <갈라테이아>는 작가가 이의 연결고리로 즐겨 차용하는 작업이다. 먼 그리스 신화에는 부조리한 현실 세계를 부정하다 스스로 이상적인 여인상, 갈라테이아(Galatea)을 조각해낸 예술가 피그말리온의 서사가 있다. 자신이 빚은 여성에게 구애하고 헌신하는 피그말리온을 가엾게 여긴 아프로디테는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어 둘의 사랑을 이어주었다는 이야기다. 최희정의 <갈라테이아>에 기록된 주름은 작가가 외면하고 싶지 않아 하는 개개인의 서사를 상징한다. 한 장의 종이가 그 모양을 변화하려면 모서리가 만났다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작가는 이렇게 생기는 종이의 주름이 갖는 제각각의 깊이, 길이 등 모든 시각적 흔적에 의미를 두어 이를 고정되지 않은 조명으로 비추고자 했다. 전시장에 완성되어 작품으로 서 있는 종이 조각은 최희정이 이곳 예술창작공간 ‘해움’에 입주하여 시민과 함께 나눈 시간이 겹겹이 담긴 작품이다. 작가는 올해 초, 본인이 기획한 워크숍(「접힘과 펼쳐짐」)에 참여한 시민들과 각자의 주름, 이를테면 관계와 평등과 같은 개념을 나누며 함께 종이를 접었고 이는 작품 <갈라테이아>의 일부가 되었다.
<갈라테이아>의 주변에서 시간 차를 두고 울려 퍼지는 5개의 소리 역시 이 과정에서 함께 수집된 사운드다. 최희정은 워크숍 참여자들에게 각진 모서리를 지니는 종이와 대비되는 슬라임(Slime, 점성이 있는 ‘액체괴물’ 장난감)을 나눴고, 시각적인 모서리를 남기지 않는 슬라임의 접힘은 참여자들에 의해 소리로 녹음되어 전시장에 흔적으로 남았다. 최희정에 따르면 예술가의 작업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만나 교감해야 완성된다. 이렇듯 관계 맺기에 무게를 두는 작가이기에, 참여자 개개인이 모여 종이와 액체가 형태를 달리하며 만들어내는 주름과 소리가 만들어지는 이 과정은 최희정에게 작업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조각과 사운드 너머의 영상 <오랜만에 내 그림자를 보았다> 또한 작가가 겪은 양극화된 세상의 모순과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희정은 원작 소설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1814)에서 발췌한 이야기를 다섯 가지의 키워드로 각색하여 영상을 제작했다. 키워드는 이주나 알츠하이머에 의한 정체성의 혼란, 누군가의 그림자를 파는 사람, 유행에 편승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유튜버, AI시대에 취사 선택되고 버려지는 데이터를 야기하는 디지털 라벨링(Digital Labeling) 기술 등, 최희정이 지속적으로 말하는 일상 속 간극과 양극화를 대변한다.
의미 있는 주름을 하나씩 새기고 기억하며 살아가기 버거운 세상에서 최희정이 구현하고자 한 이데아, ‘갈라테이아’는 예술가로서 최희정이 관객과 이루는 접점이자 삶의 실천이다. 전시장에 서 있고 울려 퍼지는 소리와 같이 각양각색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 속에서 잠시나마 저마다의 이상을 꿈 꿔보길 바란다.
글: 김유빈(고양시 문화예술과 큐레이터)
2024 HAEUM SAEDEUL Artist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