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해움·새들 입주작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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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종 (해움 4기)
Shawn Park
토탈 리콜: 응축의 프리즘
Total Recall: Prism of Condensation
2026. 06. 30. - 07. 19
해움 윈도우갤러리&전시공간
10:00 - 17:00, 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관 | 7.19(일) 개관
📍클로징 행사: 7.17(금) 17:00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완결된 상태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폐된 과정과 매끈한 표현을 높은 완성도와 미적 완결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니 말이다. 녹취록에서 삭제된 침묵, 교정된 비문, 화자만의 특정한 말버릇들. 지도에서 샛길과 비공식적 경로가 사라지고 하나의 명확한 길만 남는 것처럼, 우리에게 보이는 것들은 수많은 선택과 삭제를 거친 결과물이다. 그러나 가시성을 위해 감춰진 것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최종 결과라는 목표점에 도달하기까지 수없이 고민되고 수정되며 남겨진 흔적이다. 마치 디자이너의 컴퓨터 속에 남겨진 '최종_진짜진짜진짜최종완료' 파일처럼 말이다.
그동안 박경종은 방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작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대상과 형식을 그려왔다. 그 축적들은 지금 하나의 형태로 응축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응축이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실천이며, 동시에 선언이다. 작가는 3주 동안 전시실에서 회화 작업을 이어가며 스스로에게 강제적인 시공간의 제약을 건다. 자신이 지금 밀고 있는 방향이 끝내 자신의 회화 안에서 어떤 가능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이 시간 안에 끝까지 밀어붙여 보려는 것이다. 이 시간은 일종의 폐관수련에 가깝다.
전시장에는 지금까지 그려온 대상들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함께 놓여 있다. 다시 말해 이곳의 회화는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응축되어 가는 과정이 남긴 흔적들이다. 관람자는 작가가 자신의 회화를 더욱 밀도 있게 압축해 가는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는 보정되지 않은 시행착오와 선택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다.
그의 말처럼 "올바른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도착한 곳이 올바른 곳이다." 박경종과의 대화에서 어느 순간 감지된 것이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확신은 어쩌면 완결된 형태와 정리된 언어에 익숙해진 우리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태초부터 완결된 작업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수많은 선택과 수정, 그리고 유보 끝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하나의 상태일 뿐이다.
지금까지 박경종은 다양한 대상과 문화적 형식으로 회화의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그가 지향하는 회화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그에 대한 답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은 명확하다. 대상 간의 비가시적 관계성에 대한 기운생동이며, 가시적이면서 물질적인 대상 너머 혹은 밑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이면의 파장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바라는 회화는 화면 위에서 보이지 않는 파장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파장들은 하나의 완성된 형상이 아니라 제작 과정 속에서 계속 변화한다. 작가가 감각한 파장이 동적이었듯, 캔버스 위의 회화 역시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그림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작가의 감정이 다시 화면에 개입하고, 그렇게 변한 화면은 또다시 작가의 판단을 바꾼다. 그림과 작가가 서로를 수정하는 피드백 루프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연은 적극적으로 수용된다. 특정 부분을 칠하려다 예상치 못한 자국이 생기면, 작가는 그것을 곧바로 지우기보다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모든 것을 우연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생겨난 흔적과 그것을 남길지 지울지를 결정하는 의식적 판단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화면은 그렇게 쌓이고 걷히기를 반복한다.
최근 작가는 화면의 밀도를 줄이고 보다 얇고 명료한 회화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상상하고 있다. 처음 그려진 자국을 가능한 한 오래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덜어냄은 회화가 처음 생성되는 순간의 에너지와 긴장을 붙잡아두기 위한 방식에 가깝다. 다만 이것이 지금 이 작업들에서 온전히 구현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이번 프로젝트의 결론이라기보다, 앞으로도 계속 확인해 나가야 할 하나의 방향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 방향이 끝내 자신의 회화가 될지, 혹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남게 될지는 아직 열려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질문을 유예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한 실천이다.
글: 김석민(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새들 코디네이터)
2026 HAEUM SAEDEUL Artist Project